저번에 게시글로 올렸던 윤재영 교수님이 쓰신 디자인 트랩을 다 읽고 후기 포스팅을 올린다. (드디어! 예~)
아래는 윤재영 교수님이 우리 학교에 와서 강의해주신 내용 정리.
2024.04.22 - [분류 전체보기] - AI 챗봇 서비스 발전에 따른 디자인 딜레마
이 책은 우리가 왜 '좋아요'에 집착하고 몇 시간 종일 숏폼을 보고 있고,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구독한 채로 유지하는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UX 디자인에서 문제를 꼬집어내고 있다. 특히 약관을 잘 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에 관하여 그 개인을 비난하고 비꼬는 반응을 많이 봤었는데 실제로는 모두 함정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실험 결과 중 몇 만 명 중 단 1명만이 문제가 있는 약관 내용에 대해 항의를 했다는 결과를 보고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또 디자이너로서 고민해봐야할 부분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약관에 대해서도 몇 가지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핀터레스트 약관이다. 논리적으로 이 UI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기 쉬운지 설명이 잘 나와있어서 좋았다.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책을 찾아보면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다크패턴, UX디자인 ...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올 거 같아서 조금 긴장하고 읽은 책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글을 쓸 때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 누구나 읽어도 쉽게 이해가 가게끔 설명해 놓아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소설이나 이야기 책이 아닌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몰입하여 후루룩 읽은 것은 오랜만인 거 같았다. 굳이 나의 전공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서비스에 잡혀사는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책!
아래는 책에서 나왔던 내용을 간추려 적었다. 혹여나 책에 관심이 가는데 볼까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읽어보고 흥미롭다 느껴보면 도움이 될 거 같다. (그냥 바로 책 읽는 게 더 재미는 있겠지만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디자인 트랩이란 무엇인가?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나오는 플라톤의 <국가·정체>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동굴에 갇혀 묶여 지내는 죄수들이 있는데 이들은 포박 때문에 동굴의 한쪽 벽만을 볼 수 있다. 죄수들 뒤에는 모닥불이 있고 보닥불 사이에 동물이나 물건의 형상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죄수들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죄수 한 사람이 동굴로부터 풀려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보이는 것에 의존하고 본질을 깨닫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상에서 대부분의 일이 가능해진 요즘이라면 모든 일을 스마트폰 화면에 지나치게 의존해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는 플라톤이 이야기한 동굴 속 죄수의 모습과 흡사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여기에서 누군가 만약 의도적으로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에 비치는 내용을 정교하게 조작한다면, 마치 동굴 속 '형상을 들고 다니는 자'들 처럼, 누군가 남긴 제품 후기가 조작된 광고였고, 우리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는 SNS는 중독되도록 설계된 것이며 이에 우리가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디자인 트랩의 기본 원리 | 미끼와 매운 연기
디자인 트랩 전략은 크게 '미끼'와 '매운 연기'전략으로 나뉜다. 책에서는 대표적 예로 음악 서비스를 들었다. 서비스 가입 시에는 '한 달 무료 이벤트'로 꾀어내고, 이때 망설일만한 내용이 있으면 '깨알 같은 글자의 약관'을 넣어 최대한 보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미끼와 매운 연기는 '당근'과 '채찍' 개념과 비슷하지만 제공되는 순서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당근과 채찍은 이미 일어난 행동에 관한 것이지만 미끼와 매운 연기는 행동이 일어나기 전인 유도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디자인이 적용되는 원리

디자인은 '0'단계부터 '3'단계의 순으로 진행된다. '0단계'는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실체, '1단계'는 미숙하게 적용되어 사실상 도움이 안되는 경우, '2단계'는 적절한 디자인이 적용되어 좋은 디자인이라고 불린다. '3단계'는 이 적정선을 넘은 나쁜 디자인, 디자인 트랩을 뜻한다고 한다.
2단계 좋은 디자인과 3단계 나쁜 디자인의 경계(적정선) 역시 모호한 면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약관의 디자인까지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악의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세부 약관 중 특정 약관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앞으로 고민해야할 부분이 많다.
1부에서 디자인 트랩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2부부터 다양한 디자인 트랩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몇가지 재미있었던 것을 꼽아보겠다.
-슬롯머신을 닮은 SNS 디자인
2부 '중독'에 빠뜨리다
슬롯머신 사용자는 '머신존Machine zone'이라는 몰입상태에 빠지려고 도박을 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선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해지지 않는다. 단절된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고, 몰입이 깨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쉽고 빠른' 진행을 위해 슬롯머신은 기존의 레버를 위 아래에서 당기는 방법에서 손가락으로 가볍게 버튼만 눌러도 릴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수정했다. 버튼조차 누르기 귀찮아하는 사람을 위해 아예 자동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슬롯머신까지 나왔다.
SNS중독도 이런 '머신존'과 같이 사용자의 과몰입 상태를 유도한다. 쉽고 반복되는 동작 -무한 스크롤, 일일이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알아서 - 자동재생, 짧게 제작되고 소비되는 영상 -숏폼 비디오, 정기적이지 않은 이벤트 - 간헐적 보상, 인체공학적 디자인 -몰입형 UI 등을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도 번아웃이 왔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인스타와 유튜브만 들락거리면서 릴스와 숏츠로만 하루를 날린 적이 허다하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때도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슬롯머신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니 굉장히 오싹해졌다. 내가 돈만 많은 사람이었으면 도박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앞으로 도박에는 얼씬도 하면 안되겠다.)
-급부상하는 라이브 커머스
4부 진화하는 눈속임 광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쇼핑 문화가 확산되었다. 기존 쇼핑의 장점을 나름 잘 버무린 새로운 쇼핑 방식이 등장했는데,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다. 친구가 알바하는 곳에서 사장님이 친구한테 시켜서 실제로 친구가 신발 파는 걸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어서 더 재밌게 읽었다. 그때는 생방송 시청자 수가 몇십명도 안되었던 거 같아 과연 효과가 있을까 했는데 꽤 여기저기서 많이 사용들 하나보다.
사용자는 왜 라이브 커머스에 열광할까? 비대면인데도 현장감이 생생하다. 라이브 커머스는 기존 온라인 쇼핑과 달리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물건을 소개받는 느낌이 가능하다. 특히 호스트와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다. 또 새로운 구매 방식으로 새로움과 재미를 준다. 라이브 커머스는 한정된 시간에 집중적으로 판매해야해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과감한 가격할인 이벤트를 하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는 네이버 쇼핑라이브, 카카오 쇼핑라이브, 그립, 쿠팡라이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데 공통으로 나타나는 디자인 특징 또한 있다.
1. 인터넷방송 디자인.
- 아프리카 TV나 트위치 등의 UI와 유사점이 많다.
2. 세로형 영상과 몰입형 UI
- 요즘 대세인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UI 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3. 한정된 수량, 한정된 시간, 한정된 쿠폰과 혜택
- 희소성이 있음을 느끼도록 강조한다.
4. 현재 접속자 수 VS 누적 접속자 수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방송을 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사용자에게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보고 있는 듯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 적 분석이 있고 라이브 커머스에서 사용되는 디자인 트랩 또한 소개되었다. 예를 들어 한정된 수량과 할인 이벤트로 보는 사람에게 긴박감과 절박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휘발성 SNS도 24시간 이내에 보지 못하면 사라져서 발생하는 포모 원리가 작용된다는 점이다.(이외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으니 관심있으면 읽어보세용~)
-글로 꾀어내는 디자인
7부 혼란을 주기
UX 디자인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 즉 사용자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화면(UI)을 보면서 기능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이다. 여기서 UX글쓰기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해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를 말한다.
서비스에서 UX 글쓰기가 잘 되어 있으면 장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악용하여 사람들을 교묘하게 유인하는 글쓰기도 성행 중이다.
혹시 과장되고 빈정대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가? 애견인을 위한 웹사이트 도그스터에는 "당신의 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드릴게요. 이베일을 입력해주세요"라고 요청 팝업이 뜨는데 이 입력을 거부하려면 "괜찮아요, 나는 내 개를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적힌 버튼을 클릭해야한다. (근데 이런 버튼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파서 거부하려던 걸 취소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내가 이런 식의 문구를 보면 오히려 더 삐딱해져서 수락 누를 것도 거부를 누르곤 하는데.. 역효과가 너무 강할 것 같다.)
부정적인 내용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완곡하나 교묘한 표현이다. 부정적인 것을 긍정해서 말해주면 좋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와 '비동의'를 묻는 대신 '광고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받을 것인지'와 '광고를 사용자에게 맞추지 않을 것인지'로 교묘하게 문구를 바꿔 묻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50대 이상부터는 정말 수집되는지도 모르고 동의할 수 있을 거 같아 걱정이 든다.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기 위해 친절한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라면 좋은 디자인이지만, 바꾸는 과정에서 사용자를 헷갈리게 하고 실체를 가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는 디자인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헷갈리는 UX글쓰기의 실험 결과 약간 거슬리는 정도의 거부감에 비해 2배 이상의 높은 동의율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효과가 있고, 사용자 반발도 심각하지 않으니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부분에서 무심코 지나가고 설령 알게 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면 그 강도는 점점 더 커지고 피해는 사용자의 몫이 될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유심히 보고 특히 디자이너라면 이에 고민을 한 번 더 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